경쟁이냐 협력이냐

2009-03-01 2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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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의 경제이야기

최근 전국적으로 실시된 학력고사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최저로 나타났던 전북 임실 지역이 실은 조작에 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임실의 기적’이 ‘임실의 치욕’으로 바뀌고 말았다. 지난해 일제고사를 치르는 시간에 학생들의 자율학습을 허용했던 교사들이 해직이라는 극단적 징계를 당한 억울한 사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데, 이번의 사태는 과연 학력고사라는 것이 필요한가 하는 근본적 의문을 던지게 한다.

전국적 학력고사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런 경쟁적 평가를 통해 학생, 교사들이 스스로 실력을 점검해서 장래의 발전을 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경쟁’을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철학과 잘 부합한다. 경쟁을 통해서만이 교육에서 우월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지켜온 대학입시 3불정책이 경쟁의 논리 앞에서 비틀거리고 있으며, 이미 일부 사립대에서는 3불정책의 명맥을 끊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시장의 논리, 경쟁의 논리는 강력해 보인다.

사실 경쟁이냐 협력이냐 하는 철학적 문제는 역사가 오래다. 무정부주의의 대가 크로폿킨은 1902년에 출간된 명저 을 통해서 동물과 인간은 경쟁뿐만 아니라 협조를 통해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밝혔다. 그는 이 책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사회현상에 확대적용하여 ‘적자생존’을 주장했던 허버트 스펜서류의 사회진화론에 반격을 가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자연의 유일 법칙은 아니다. 상호 투쟁만큼이나 상호부조 역시 자연의 법칙이다.” 그는 서로 싸우는 개체보다는 서로 연대하고 돕는 개체들이 자연선택에서 더 잘 살아남는다는 것을 논증하는 수많은 예를 들었다. 개미, 벌, 딱정벌레, 게, 독수리에서부터 인간 세상까지, 그리고 중세의 길드부터 현대의 노동조합까지 그가 드는 예는 무궁무진하다. 그는 사회성과 연대가 없는 종들은 결국 멸망에 이른다고 강력히 주장하였다.

현대에도 이런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1924년부터 1980년까지 경쟁과 협력의 효과를 비교한 결과 협력 쪽이 압도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올린다는 보고가 있다. 경쟁적인 상황보다는 협력적인 상황에서 고품질의 제품이 만들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경쟁적, 개인적 학습 상황보다는 협력적, 집단적 학습 상황이 질적으로 더 높은 인지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경쟁만이 우월성을 낳는 것은 아니다. 협동적 학습을 통...[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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